은행-민간 컨소시엄, 해시드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절충모델 부상


해시드·금융지주 손잡나…원화 스테이블코인 물밑 추진
은행+민간 컨소시엄?… 절충안 모델 부상
글로벌은 이미 제도화 속도전…국내에서도 기류 변화 포착

(출처=신영증권)

글로벌 블록체인 벤처캐피털 해시드가 주요 금융지주와 손잡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주요국이 관련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부 정책 방향과 금융권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절충형 모델’이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시드 경영진은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과 만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협의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회사, 수탁사, 신탁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는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디지털 자산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기조에 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시드는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은행이 지분에 참여하면서도 다양한 사업자와 협업하는 형태의 테크기업 설립을 구상 중이며, 미국 대형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례와 이를 분석한 해외 컨설팅 자료도 논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은행이 강조하는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모델과는 다른 접근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달 초까지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지내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지난 3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를 펴내는 등 관련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며 정책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주도할 경우 통화정책ㆍ외환통제 기반이 약화할 수 있으며, 반대로 은행 단독 발행은 혁신 유인 부족이라는 한계를 가진다”라며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이 모델은 금융기관의 신뢰성과 민간의 확장성을 결합하며 수익 배분 구조를 통해 네트워크 효과와 사업 연계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글로벌 차원에서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26일(현지시간) ‘LEAP 프레임 워크’를 도입하며 새로운 디지털 자산 전략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8월부터 시행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면허제가 주목받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은 “소수의 면허만 발급하겠다”라고 밝혀 높은 진입 장벽을 시사했지만, 이는 강한 규제보다는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한 신중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17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GENIUS) 법안’을 찬성 68표, 반대 30표로 통과시키며 제도화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이 법안은 100% 준비금 보유, 월별 준비금 공시, 독립 감사 의무화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전통 금융시스템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대하고 있는 법안으로 알려진 만큼, 이변이 없으면 연내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이 2030년까지 3조7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5월 말 기준 2309억 달러 규모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홍콩과 미국 외에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양한 나라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명시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제도 정비에 돌입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25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확산 시 금융안정 및 경제 전반에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활성화에 제동을 걸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모델이 한국은행의 신중론과 맞물려 절충안 모델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